루비 X 홍승아 첼로 리사이틀

RUBI
2025-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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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의 어느 저택에서 열린 특별한 연주회는 클래식을 향한 고립된 마음들 풀어놓았습니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피아노 소리. 더 특별했던것은 개방된 중정이 주는 묘한 자연의 음감이었습니다. 새소리가 피아노 소리와 어울리는 순간 눈을 감았죠. 그때는 마음속에서 흐르는 미묘한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클래식의 영역에 한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소피아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들을 소개해주었고, 치넬리의 그녀의 사무실에서 그 곡들을 처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2022년부터 루비에 오면 들렸던 첼로의 선율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었죠. 인생이 특별하다 느끼는 순간은 점이 선이되고 선이 면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바라볼때입니다. 모든 호기심과 배려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때, 한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짧은 클래식에는 한 곡에는
수 많은 연주자들과 작곡가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살아남은 음악. 살아남은 악보. 살아남은 악기들.

이 모든 유형과 무형의 오브제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놀라운 시대의 변화와 혁명적인 기술의 진보에 무력하게 맞서고 있는 개개인들에게 원점, 혹은 원본을 제시해줍니다. 아날로그가 상수였던 지난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에게 감각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도구들이었습니다.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이 모든 감각들은 개인의 기질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들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이제 디지털이 상수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에는 늘 ‘레퍼런스’가 존재합니다.

디지털의 분모에는 늘 ‘효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기기와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도구들은 하나의 형태를 띌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전기자동차와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이 비슷한 구조와 사용방식을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의 과정입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에는, 그리고 아날로그를 이루는 도구들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선의 형태일수도 있고, 면의 형태일수도 있고, 평균율과 순정률의 미묘한 오차일수도 있습니다.

그 오차가 주는 이질감과 가벼운 불쾌감은 개인의 스타일을 만드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빠르게 흐르면 흐를수록, 아날로그는 점점 더 중요한 정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작은 확신과 함께. 디지털이 잘 구축된 아파트라면, 아날로그는 바닷가를 바라보는 개인주택일지도 모릅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이 모든 감각들은 개인의 정원을 더 깊고 풍성하게 가꿔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2024년 11월 3일 홍승아 첼리스트의 연주는 안장 위에서 그리고 안장 아래에서 첼로의 선율과 함께 아날로그의 가치를 청각적으로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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