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월드투어 팀은 최소 25명에서 최대 30명의 선수들로 구성됩니다.

세계 최고의 대회에서 뛰는 선수들답게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선수들이며 각자 유소년 시절부터 수많은 승리를 거두며 성장했지만 월드투어에선 심화된 레이스 양상으로 본인만의 전문성을 가진 스페셜리스트로 거듭나게 됩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지만 모두가 우승을 차지할 수는 없는 법.

200명 가까이 되는 선수들을 제치고 승리하기 위해선 팀이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각 선수들은 본인의 성향과 레이스의 코스, 그리고 경쟁자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경기에 임하게 됩니다. 이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들인 만큼 다방면에서 뛰어나지만, 선수들의 강점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체이싱 레전드’를 장식한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시

스프린터, 펠로톤의 파이터

첫번째는 스프린터. 피니시라인을 앞두고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선수들로 주로 팀의 수많은 우승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많은 근육으로 인해 보통은 몸무게가 무거운 편에 속하며, 덩치가 크고 오르막에 약한 순수 스프린터, 그리고 어느 정도의 오르막을 따라갈 수 있는 특화형 스프린터들이 있습니다.

고속에서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 본능적인 컨트롤이 뛰어난 편이며, 어느 순간에도 두려움 없이 밀어붙이는 깡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심리 상태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아 다혈질로 불리는 선수들이 많은데, 위험하면서도 파이터와 같은 삶을 사는 스프린터들이기에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넘은 직후 가장 큰 환희를 보여주는 레이서들입니다.

독보적인 타임 트라이얼 레코드로 뚜르 드 프랑스를 정복한 브레들리 위긴스

타임트라이얼리스트, 속도의 정교함

두 번째는 타임트라이얼리스트. 로드 사이클의 기본이라 불리는 독주. 홀로 바람에 맞서 달리는데 특화된 선수들이며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하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들이기도 합니다. 많은 파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체격이 상당한 선수들이 오르막에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급경사가 아닌 꾸준한 오르막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독주 실력이 있다면 개발 방향에 따라 브레이크어웨이, 펠로톤 리드, 스테이지 레이스, 코블, 오르막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진로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로드 사이클링에선 절대적으로 중요한 실력이며,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만큼 모든 팀이 환영하는 재능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클라이밍 스타일을 제시한 마르코 판타니

클라이머, 라이더의 로맨스

세번째는 자전거를 타는 모든 이들의 로망, 언덕을 빠르게 주파하는 클라이머들입니다. 중력을 거스르기 위한 마른 몸매의 소유자들이며, 프로의 세계에선 짧고 가파른 언덕을 빠르게 달리는 근력의 클라이머들, 그리고 긴 장거리 업힐에 강한 지구력의 클라이머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파워보단 무게 대비 파워로 승부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평지의 독주에선 약한 편이지만, 피니시라인을 가장 먼저 넘기 위해서는 수많은 오르막을 넘어야 하는 레이스가 많기 때문에 선수 혹은 동호인 할 것 없이 누구나 클라이머들을 선망합니다.

뚜르 드 프랑스 종합 4회 우승에 빛나는 크리스 프룸

스테이지 레이서, 펠로톤의 꽃

네번째의 스테이지 레이서는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대회의 종합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로, 평지만 있는 스테이지 레이스도 간혹 있지만 일반적으로 평지, 오르막, 독주 등 다양한 코스 구성을 포함하여 선수들의 종합적인 기량을 경쟁하는 레이스에서 강한 선수들입니다.

오르막에서 많은 시간 차이를 낼 수 있는 만큼 주로 클라이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만, 독주 또한 많은 시간 차이를 벌릴 수 있기 때문에 두 타입의 선수들이 우위를 다투게 되며, 두 방면 모두에 강한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스테이지 레이서로 성장합니다.

다양한 경기가 혼합되어 있는 만큼 수많은 사고, 기재고장, 팀 내부의 리더쉽, 심지어는 개인적인 병세까지 수많은 요인으로 결정될 수 있는 만큼 엄청난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의 선수들만 살아남을 수 있으며, 3주에 걸쳐 진행되는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그랜드 투어의 최정상은 한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자기관리에 성공하는 선수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입니다.

피터 사간, 독보적인 개성을 지닌 펠로톤의 스타일리스트

펀쳐, 펠로톤의 이단아

다섯번째, 프랑스어에서 나온 펀쳐Puncheur로 부르는 타입의 선수들은 어느 정도의 오르막, 그리고 스프린트 능력을 갖추면서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며 끊임없이 어택을 시도하는 선수들입니다.

한 재능에 특화되진 않아 애매해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다양한 경기에서 다양한 전략에 나서며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이며 우승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공격성을 발휘하면 할수록 인기가 치솟는 레이서들입니다. 다양한 지형이 등장할수록 펀쳐들의 무대가 돋보이는데, 스테이지 레이스에서의 각 구간별 우승, 혹은 원데이 레이스에서 강력한 모습을 발휘하기도 하며 대다수의 브레이크어웨이 멤버들을 채우는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클래식의 여왕, 북쪽의 지옥이라 불리는 파리 루베를 4회 우승한 톰 부넨

코블 스페셜리스트, 지옥의 지배자

마지막으로 코블 스페셜리스트는 벨기에와 북프랑스의 명물로 불리는 돌길인 파베pavé, 혹은 코블스톤이 포함된 레이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입니다. 프로사이클링에서 가장 독특한 레이스 중 하나인 코블 클래식은 수많은 선수들이 좁고 울퉁불퉁한 벽돌로 가득한 코블스톤을 지나며 파워대결을 펼치는 장입니다.

노면의 구름저항이 매우 큰 코블스톤을 돌파하기 위해 엄청난 파워가 필요하며, 피니시라인은 일반 평지에서 펼쳐지는 만큼 스프린트 능력 또한 좋아야 합니다. 보통은 덩치가 크며 독주능력과 함께 스프린트 능력치가 요구되는 코블 클래식에선 끊임없이 포지션을 싸울 수 있는 용기의 소유자, 그리고 본능적인 상황판단 또한 뛰어난 선수들이 활약합니다.

슈퍼 도메스티끄, 카벤디쉬의 영혼의 파트너 마크 렌쇼

각 팀은 이러한 각자의 재능과 함께 레이스에서 코스와 상황을 고려해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를 리더로 삼게 되며, 예비적인 공동 리더와 더불어 우승을 돕기 위해 수많은 선수들이 각양각색으로 서포트하게 됩니다.

공기저항으로 인한 팀 리더의 체력 손실을 막기 위해 선두에서 트레인을 형성해 자리싸움 없이 보호하는 주행, 팀카로부터 보급품과 음료수, 음식 등을 가져오는 선수들, 감독의 지시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읽고 판단을 내리는 경험 많은 로드 캡틴, 브레이크어웨이에 나서거나 브레이크어웨이를 추격하는 선수들, 스프린터들의 리드아웃을 담당하거나 팀 리더가 부재 시에 직접 우승을 위해 나서게 될 예비역들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사이클링 듀오, 앤디 프랭크 쉴렉

언제 어디서 상황이 변할지 모르는 로드레이스에선 지정된 팀 리더를 보호하고 도울 뿐 아니라, 언제든지 본인이 팀 리더로 변모하여 직접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 또한 있기에 다양한 능력과 역할을 조화롭게 풀어야 하는 팀 스포츠가 바로 프로 사이클링입니다.


이경훈 해설위원

이경훈 해설위원은 ‘피기’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사이클리스트이자 사이클 전문 해설가로 국내 사이클링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루비워크샵은 이경훈 해설위원과 함께 자전거에 대한 심도 깊은 컨텐츠, 프로 사이클링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함께 전달합니다


이경훈 해설위원의 ‘사이클링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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