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자전거가 발명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자전거가 만들어지자마자,
자전거 레이스가 탄생했다.

인류의 첫 동력, 모빌리티로 등장한 자전거는 순수한 인력으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는 특징과 함께 상대방보다, 그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는 경쟁심리와 맞물리며 덕분에 단숨에 인기 스포츠로 떠올랐다.

Rio Olympic Velodrome, Olympic Gamers 2016 Rio De Janeiro, Brazil.

자전거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라는 근대 올림픽 표어와 결을 함께 하며 초대 올림픽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근본 종목이었다. 200년간 이어진 자전거의 수많은 기술 발전과 혁신들은 궁극적으로 더 빨라지기 위한 부산물이다.

그 대상이 타인이냐 본인이냐의 차이일 뿐, 자전거의 본성은 경쟁이며 무대가 설정된 사이클 레이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피니시라인을 먼저 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력과 공기 저항, 그리고 경쟁자들이 각종 요소로 작용해 다양한 전략이 탄생했으며, 참가자들의 강인함을 겨루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레이스가 등장했다.

자전거의 탄생과 함께 했던 만큼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경기도 즐비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로드 사이클링 레이스는 하루에 끝나는 원데이 레이스, 그리고 여러날에 걸쳐 열리는 스테이지 레이스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2021년 밀란 산 레모, 제스터 스투이벤의 피니시

원데이 레이스에 대하여

먼저 등장한 경기는 역시나 하루, 단 한 경기로 열리는 원데이 레이스. 이동 수단을 겸하는 ‘스포츠’이었던 만큼 초기 레이스는 유명한 거점에서 거점으로 달리는 형식이었으며,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초창기 산업 시대였던 만큼 제대로 된 도로나 지원 없이 대도시에서 대도시로 하루만에 이동하는 것 조차 극한에의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출처 : https://thehandmadecyclist.com/

대표적인 대회로는 아직까지 5대 모뉴먼트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밀라노-산레모
론데 반 플란데렌(투어 오브 플란더스)
파리-루베
리에주-바스토뉴-리에주
일 롬바르디아가 있다.

200-300km에 달하는 장거리였지만 도로의 발달과 기술의 혁신, 그리고 팀 스포츠로의 변화는 곧 선수들의 상향 평준화로 이어졌으며 피니시라인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 뿐만 아니라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원데이 레이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결승선을 누구보다 먼저 넘는 것이며, 그 외에는 모두 곁가지일 뿐이다.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파비앙 칸첼라라와 톰 부넨

이를 위해서 각 팀은 가장 강한 선수를 리더로 내세우며, 우리의 리더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전원 한마음이 되어 모든 지원을 아낌없이 퍼부어야 하는 집중의 게임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는 나 하나의 완주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일 정도로 모두가 피니시라인에 대한 희생을 치루어야 하는 만큼, 경기 내내 일어나는 모든 플레이는 마지막 순간 그 누가 결승선을 먼저 들어오는가에 대한 준비 작업이 된다.

사이클링의 영광과 환희의 정점,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레이스에 대하여

마지막 순간을 위한 모든 힘이 집중되는 원데이 레이스와는 달리, 스테이지 레이스는 여러 날에 걸쳐 열리는 경기로 휴식일 포함 약 3주간 경기가 이어지는 긴 호흡의 경기다.

그랜드 투어로 대표되는 구간 경기들의 탄생은 하루만에 끝나는 원데이 레이스를 뛰어넘는 극한의 경기를 만들려던 언론사들의 작품으로 그 동안의 스케일을 뛰어넘는 이벤트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도로조차 없던 20세기 초, 옆 도시로 가는 것도 큰 모험이었던 시절 프랑스의 구석구석 오지를 뚫고 탐험과 비견되었던 투르 드 프랑스가 시초이다.

La Gazzetta Dello Sport 신문 판매를 위해 개최되었던 지로 디탈리아.

원데이 레이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나 다양한 스테이지들.

그날의 우승자를 가릴 뿐 아니라 누적된 시간 순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종합 순위는 스테이지 레이스의 꽃이며, 한층 더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수많은 전술 전략이 난무한다. 여기에 선수들은 매일같이 완주하지 못하면 더 이상 뛸 수 없는데다 대체 선수도 허용되지 않는 만큼 원데이 레이스와는 달리 완주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고의 도메스티끄 중 한명이었던 옌스 보이트

당장 문제가 생겨도 우리 팀에게 나중에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완주를 해야하는 만큼 모든 선수들은 하루하루 피니시라인을 넘기 위한 투쟁과 경쟁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 여기에 종합 순위, 혹은 여기에서 밀려나더라도 스테이지 우승, 또는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을 위한 스프린트 져지와 산악왕 져지 등 하나의 경기 안에 수많은 하위 경기들이 동시에 열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엘타 아 에스파냐를 잘 묘사한 ‘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

이러한 각기 다른 목표를 가진 선수들과 팀이 협력과 배반의 전술을 거듭하는 것이 스테이지 레이스의 백미. 단순히 그날의 가장 빠른 선수를 기념하는 원데이와는 달리 스테이지 레이스는 다양한 변수로 인해 그만큼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정치적인 스포츠’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무대이다.

사이클링 역사상 최고의 펀쳐 중 한 명인 피터 사간

가장 강한 선수가 대부분의 레이스를 독식했던 과거와는 달리, 기술의 발전과 스포츠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으로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원데이 레이스와 스테이지 레이스 모두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흔치 않은 재원이 되었으며, 특히 레이스 마다 인기를 모으기 위한 뚜렷한 개성을 발현하면서 세분화된 전문 선수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에디먹스, 식인종이라고 불릴만큼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캄피오니시모

하지만 5대 모뉴먼트와 그랜드 투어, 월드챔피언십 등을 종횡무진하며 승리를 쓸어담던 챔피언의 시대를 잊지 못한 팬들은 언제나 뛰어난 선수들의 등장에 설레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상향 평준화되어 절대 강자의 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현대의 펠로톤이 다시끔 천재들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과연 챔피언 중 챔피언, 캄피오니시모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경훈 해설위원

이경훈 해설위원은 ‘피기’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사이클리스트이자 사이클 전문 해설가로 국내 사이클링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루비워크샵은 이경훈 해설위원과 함께 자전거에 대한 심도 깊은 컨텐츠, 프로 사이클링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함께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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