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시계
SPEEDMASTER MOONWATCH

PROFESSIONAL

오메가의 간판 모델인 스피드마스터는 우리에게 문워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간 시계로서, 시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계 중 하나죠. 재미있는 사실은 스피드마스터는 애초에 오메가에서 우주 미션을 고려해 만든 시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1957년 탄생한 최초의 스피드마스터 Ref. CK2915.

1957 탄생

최초의 스피드마스터는 1957년 탄생했습니다. 당시 손목시계 시장에서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들어간 모델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각종 계측에 필요한 도구로서 역사가 깊은 브랜드는 대부분 독자적인 크로노그래프를 제작하고 있었죠. 특히 제트 비행기의 등장과 최고속의 스피드를 추구하는 자동차 레이싱의 인기가 높아지며 정확하고 계측이 가능한 시계의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는 시기였습니다.

스피드마스터는 베젤의 타키미터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레이싱과 고급 자동차의 오너를 위한 속도 계측이 가능한 콘셉트로 탄생했습니다. 특히 그전까지 보통 다이얼 외곽에 있는 타키미터를 외부 베젤로 이동시켜 완성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죠. 처음에 핸즈는 화살촉, 일명 브로드애로우 형태였고 베젤은 케이스와 같은 은빛 컬러였습니다. 지금은 이 초기 디자인을 주로 한정판으로 만나볼 수 있죠.

유인 우주 미션 테스트에 합격한 후 적합 판정을 받은 스피드마스터의 서류

이후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1962년 나사의 우주비행사 윌리 쉬라는 블랙 베젤, 매끈한 검 모양의 알파 핸즈를 지닌 Ref. CK2998을 착용하고 우주를 항해했습니다. 오메가 최초로 우주로 간 이 시계는 나사의 정식 장비가 아니라 쉬라의 개인 시계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우주비행사들은 계측용 손목시계의 중요성을 토로했지만 아직 나사는 그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죠. 이후 전자기기가 고장 났을 때 궤도와 각종 타이밍을 계산할 수 있는 백업기기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으며 1964년부터 정식 지급 손목시계를 선정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습니다.

이후 까다로운 테스트를 거쳐 1965년 3월 스피드마스터는 정식으로 나사의 유인 우주미션용 시계로 인정받습니다. 이때 마지막까지 경합을 한 브랜드가 바로 롤렉스와 론진이며, 최종 테스트에 통과한 시계는 스피드마스터가 유일합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 선내와 달 위에서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있는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

1969 달 착륙

이후 공식적으로 공급된 스피드마스터는 얇고 무광 처리한 화이트 핸즈를 장착했으며, 조금 시간이 지나 크라운가드와 트위스트 러그를 지닌 비대칭 케이스까지 등장하며 현행 모델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으로 진화했습니다.

또한 우주에서 사용한다는 이유로 이름에 프로페셔널이 붙었죠. 그리고 각종 우주미션에서 비행사의 손목을 지키다가 1969년 7월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의 조종사 버즈 올드린이 스피드마스터를 착용하고 달에 발을 디딤으로써 역사적인 문워치가 탄생했습니다. 참고로 우주선에서 첫 번째로 내린 선장 닐 암스트롱은 착륙선의 계기판 시계가 망가져 안전을 위해 자신의 스피드마스터 손목시계를 두고 내렸다고 합니다.

현행 스피드마스터 중 오리지널과 더 가까운 운모 글라스와 솔리드 케이스백 버전. 첫 번째로 달에 간 시계라는 역사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70 아폴로 13호 미션

1970년 스피드마스터는 역사상 가장 큰 활약을 시작합니다. 나사의 달 탐사 세 번째 미션으로 우주에서 비행 중인 아폴로 13호는 산소탱크 폭발로 선내의 기능이 거의 멈춘 상태였습니다. 이때 우주선의 재돌입 궤도를 위해 제일 중요한 엔진 연소 타이밍을 스피드마스터를 통해 성공적으로 계산함으로써, 나사는 인명구조에 큰 역할을 한 스피드마스터와 오메가에게 그 유명한 ‘실버 스누피 어워드’를 수여했습니다. 지금도 이를 기념하며 시계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 모델인 스피드마스터 스누피 버전을 제작하고 있죠.

아폴로 13호 미션 사령관 짐 러벨. 탑승 전 촬영한 사진 속 손목에 이미 스피드마스터가 채워져 있다.

이처럼 스피드마스터는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다른 시계가 이루기 힘든 업적을 지녔습니다. 또한 1960년대 등장한 내로라하는 시계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이후로도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약을 펼친 멋진 크로노그래프가 등장하지만 나사가 굳이 교체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 뛰어난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스피드마스터가 손목시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계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2021 차세대 모델 발표

이 시대를 대표하는 크로노그래프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생산 중입니다. 덕분에 시계 애호가들은 상대적으로 그리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언제나 우주 비행사의 향수를 느낄 수 있죠. 만약 어떤 이유로든 생산이 중단됐다면 빈티지 스피드마스터는 아마 초고가로 낙찰되는 경매에서나 볼 수 있는 레어 피스로 남았을 것입니다.

오메가는 작년 1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친 차세대 스피드마스터를 발표했습니다. 외관은 우리의 기억 속 스피드마스터 그대로입니다. 이미 기능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만한 헤리티지 넘치는 디자인은 고스란히 유지하고 최근 트렌드인 레트로 무드를 더했다고 할까요. 전작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브레이슬릿입니다.

마치 3열처럼 보이는 큰 마디 링크 3개와 그 사이에 촘촘하게 자리 잡은 얇은 링크 2개가 합쳐진 구조는 그대로인데, 가운데 링크의 크기를 줄여 세 개의 링크를 모두 비슷한 사이즈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과거 빈티지 스피드마스터에서 이미 사용한 브레이슬릿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이얼은 1분 단위 인덱스가 위치한 외곽 부분과 세 개의 서브다이얼이 한 단계 낮아지는 일명 스텝 다이얼로 디테일을 훨씬 높였으며, 인덱스 사이의 마커도 4개에서 2개로 줄어들어 다이얼이 훨씬 선명해지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게다가 외적인 디자인이 변화라면, 시계의 핵심인 무브먼트는 진화를 이뤘습니다. 무려 반세기를 사용한 칼리버 1861을 대체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칼리버 3816 무브먼트를 탑재한 것이죠. 기계식 시계 시장의 재미있는 점인데, 다른 산업처럼 차세대 엔진의 개발과 적용이 빠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2000년대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많은 메이커들이 독자 무브먼트 개발을 시작했지만, 그 전까지는 대부분 전문 제조 업체에게서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도 십수 년은 물론 물론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사용하는 무브먼트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메가는 이미 무브먼트의 자사화를 이룬지 꽤 오랜 시간이 지냈습니다. 그러나 스피드마스터에 탑재하는 수동 칼리버 같은 경우 자동에 비해 아무래도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였죠. 실제로 과거 부속을 교체하고 마감 코팅 방식을 바꾸는 등의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제외하고, 새로운 설계를 적용한 풀 체인지 버전은 무려 반세기만에 이뤄졌습니다. 그만큼 큰 의미가 있으며, 신형 무브먼트답게 마스터 크로노미터라는 규격에 맞춘 고성능 엔진이죠.

이처럼 오메가의 차세대 스피드마스터는 새롭지만 여전히 문워치입니다. 아이코닉한 특징은 그대로 유지하고,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히려 레트로 트렌드에 맞춰 우주 탐사 미션이 절정이던 시절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과거 나사로부터 인정받은 칼리버보다 월등한 성능의 신형 무브먼트를 탑재했지만, 다른 컬렉션의 모델과 달리 이를 증명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를 다이얼에 새기지 않았습니다. 전통을 유지한 훌륭한 업그레이드로 보입니다.

최고의 스피드마스터
Speedmaster Caliber 321

차세대 스피드마스터보다 조금 먼저, 2019년 1월 시계 애호가들을 깜짝 놀라게 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피드마스터의 전설적인 무브먼트 칼리버 321을 다시 생산한다는 소식이었죠. 칼리버 321은 칼럼 휠을 갖춘 크로노그래프로 오메가에서 1940년대부터 사용해 1968년경 단종된 무브먼트입니다. 이후 생산성이 높은 칼리버 861(이후 1861로 업그레이드)이 스피드마스터 컬렉션을 지켜왔죠.

이 칼리버 321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버즈 올드린과 함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스피드마스터에 탑재했던 무브먼트로, 실제로 이후로도 달에 간 무브먼트는 칼리버 321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레트로가 휩쓸고 있는 시계 시장에서 빈티지 무브먼트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계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오닉스와 운석 다이얼, 플래티넘 케이스로 제작한 특별 모델에 칼리버 321을 첫 번째로 탑재하며 위대한 무브먼트의 성대한 부활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2020년 1월에는 모든 이들이 애타게 기다린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칼리버 321을 탑재한 스피드마스터를 발표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기억하는, 아니 애호가들이 원하는 스피드마스터의 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한 모습으로 말이죠. 지름 39.7mm의 케이스는 현행 문워치와 달리 옆면에 크라운가드가 없고, 러그도 휘어짐 없이 쭉 뻗어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 1960년대 중후반에 생산한 직선형 러그의 마지막 모델인 3세대 스피드마스터 Ref. ST105.003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는 1965년 나사 최초의 우주 유영 미션에서 활약했던 시계로, 덕분에 당시 시계를 착용하고 있던 우주비행사의 이름을 딴 에드 화이트(Ed White)라는 닉네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고전적인 외관과는 달리 글라스는 상처에 강하고 투명도가 높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베젤 인서트는 최신 세라믹 소재를 사용했고, 빈티지한 살구색 야광 도료는 슈퍼루미노바입니다. 현대적인 제조 기술과 과거의 유산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모델이며, 감히 현재 스피드마스터 컬렉션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메가는 칼리버 321의 제조를 다른 무브먼트와 달리 전용 워크숍에서 높은 비율의 수작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생산 수량은 극히 적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스피드마스터 칼리버 321은 일반 모델보다 두 배나 높은 가격을 지니고 있지만 분명 컬렉터에게 그 어떤 모델보다 어필할 수 있는 헤리티지 모델입니다.

2022년 스피드마스터 321을 착용한 버즈 올드린. 1969년 7월 21일 달 착륙 기념일 53주년을 기념하며 공개한 사진.

김도우 크로노스 코리아 편집장

다음과 네이버 시계 카페, 그 외 다양한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의 1세대 멤버로 오랜 시간 시계 애호가로 활동, 이후 스위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수입사에서 근무하다가 2016년 크로노스에 합류했습니다. 전문적인 리뷰와 칼럼을 작성하는 지금도 여전히 시계를 ‘즐기고’ 있는 애호가입니다.


몰튼 바이시클 모델 라인업
다재다능한 매력, 미니벨로의 정점
김도우 크로노스 편집장의 ‘나의 취향’
미시의 세계, 미시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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