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테리움 레이스를 대표하는 레드훅크릿 / https://redhookcrit.com

동호인 레이스, 사이클링의 꽃

코로나19로 인해 2년 연속으로 각종 스포츠 행사에 제약이 가해진 가운데, 동호인 사이클리스트들을 위한 왕중왕전이 성공적으로 치루어지며 그나마 클럽 레이싱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동호인 경기는 전세계 자전거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경쟁이라는 자전거의 원초적인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타 스포츠 종목과 확연히 구분되는 자전거만의 특징이라면 이러한 동호인들의 경기나 기록을 프로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선수들이 시합으로 뛴 도로에서 동일하게 달릴 수 있으며, 몇몇 선수들은 동호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코스에서 훈련하는 등 여타 스포츠와는 달리 최상위 프로들과 일반 동호인들 간의 거리감은 놀랄만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 gcn.eu

동호인 VS 엘리트

그렇다면 최근 한국의 자전거 포럼을 달군 질문, 최고의 동호인이 엘리트 경기에서 뛰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을까? 혹은 엘리트 선수가 동호인들과 함께 타면 얼마나 큰 차이로 벌어질까? 과연 동호인 vs 엘리트의 결과는? 이러한 비교들은 사이클리스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질문이며, 프로 사이클링의 팬이라면 나와 투르 드 프랑스의 우승자와의 비교는 궁금할 수 밖에.

하지만 이러한 동호인과 엘리트의 비교는 사실 초점을 벗어난 것이며, 엘리트로 성장하는 극소수의 선별된 학생 선수들과 비교적 늦게 입문해 구조적으로도 위쪽으로 진입이 어려운 동호인들, 둘 사이의 장벽이 확연히 구분되는 한국의 기형적인 구조에서 기인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시안게임 여자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한국대표팀 / https://www.yna.co.kr

아직까지 한국 출신으로 그랜드 투어를 뛰거나, 심지어 월드투어 레벨에 도달한 선수는 없어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사실 프로 사이클링은 어린 시절부터 선수로 성장한 소위 ‘엘리트’ 출신 뿐만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배경과 입문 시기를 가진 인물들이 모여 있는 신기한 종목이다.

여타 인기 스포츠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특징으로, 육상, 수영를 비롯해 각종 구기종목과 설상종목 등 그 어느 스포츠도 사이클링처럼 늦깍이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모즈 로글리치, 슬로베니아 출신의 사이클리스트

물론 어릴적 부터 선수를 희망하며 로드와 트랙에서 경험을 쌓는 선수들도 있으며 산악 자전거와 사이클로크로스 등 오프로드 배경을 지닌 유망주들, 혹은 전설적인 선수 부모를 둔 라이더들도 있지만 다른 종목에서 활약 중 크로스오버 훈련으로 자전거를 활용하던 선수들, 20대가 훌쩍 지나 처음으로 자전거에 재미를 들린 선수들도 부지기수다.

현재 전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이들 중엔 스키점프라는 자전거와 전혀 관계없는 종목 출신도 있으며, 장거리 달리기 선수, 학교 선생님, 월스트리트 금융인, 조정, 스케이트, 노르딕 스키, 평범한 대학생까지 20-30대에 뒤늦게 재능을 발견해 탑 레벨로 뛰어오른 이들이 활약 중이다.

애덤 핸슨,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이클리스트

아마추어에서 엘리트로, 다양한 프로의 세계

일례로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며 끊임없이 투르 드 프랑스 우승에 도전하는 슬로베니아의 프리모즈 로글리치는 애초에 스키 점프 선수 출신이었으며, 그 꿈이 좌절된 후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동네 주민의 자전거를 빌려타고 지역 대회에 출전하면서 전설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다. 

또한 현재는 프로 사이클링에서 은퇴했지만 프로 선수, 팀 물류 소프트웨어 매니지먼트, 자전거 부품 및 용품 제조, 최근에는 코칭 사업도 시작한 호주의 애덤 핸슨은 철인3종을 취미로 하던 IT 전문직 출신이었으며 MTB 대회에서 주목받은 이후 월드투어 팀의 테스트를 받아 입단한 케이스.  선수로 뛰면서도 끊임없이 동호인 레이서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일종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며, 현재에도 그 자산을 이어받아 각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잇던 영국 사이클링의 등용문, 라파 콘돌 JLT

이들은 독특한 배경으로 주목받긴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닐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들이 모인 곳이 바로 프로 사이클링이다. 근지구력이라는 재능을 발견한 이들이 순식간에 뛰어오르는 것을 지켜보면 이를 나이나 입문 시기와 상관없이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누구던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하며 더 높은 꿈을 품을 수 있는 스포츠이다. 여타 종목에선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다고 해서 세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프로 사이클링의 진입 장벽은 인기 스포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시기

결국 동호인과 엘리트와의 대결 결과를 물어볼 것이 아니라, 당연히 둘 사이의 경쟁과 교류가 자유롭게 이루질 수 있도록 구조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장벽을 제거해 동호인이 엘리트로, 그리고 엘리트가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방법을 질문해야 할 것이다.

둘을 유의미하게 구분하는 것은 선수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억제하는 것으로, 뒤늦게 커리어를 시작한 선수도 실력에 따라 자유롭게 무대를 오고가며, 이미 은퇴한 선수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동호인 이벤트에 참가해 경험을 전수해야만 한국 사이클 레이스의 질적 향상과 함께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경훈 해설위원은 ‘피기’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사이클리스트이자 사이클 전문 해설가로 국내 사이클링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루비워크샵은 이경훈 해설위원과 함께 자전거에 대한 심도 깊은 컨텐츠, 프로 사이클링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함께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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