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 시계라는 미시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도우 : 예전에 포스팅한 루비살롱 ‘나의 취향’에서 한번 자세히 언급한 내용이네요. 시계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흐르는 초침 때문입니다. 초침이 1초에 한 번씩 움직이는 대다수의 쿼츠 시계랑 달리 기계식 시계는 초침이 마치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죠. 어릴 적에 이 움직임을 처음 보고 굉장히 신기했어요. 저건 대체 어떤 원리일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기계식 무브먼트를 처음 보고 꽤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17살쯤인데 당시 최고로 멋있다고 생각한 시계가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입니다. 문워치라는 배경은 전혀 모르고서요. 이후 인생 최고로 몰입한 취미가 됐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네요.

오현 : 시계에 대한 글을 적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가치 혹은 구조가 있으실까요?

기본적으로 저는 시계의 품질에 가치를 많이 두고 있습니다. 품질에는 예술적인 마감이나 조형,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 있겠죠. 여기서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혹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보적인 디테일이 있다면 좋은 시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단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아무리 헤리티지가 넘치고, 뛰어난 기능을 가졌더라도 일단 보기 좋아야 관심을 갖고 착용할 수 있잖아요. 개인적으론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합니다. 극단적으로 비율이 맞지 않거나 튀는 디자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기계식 시계는 기술적인 진보가 그리 빠른 곳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설계 구조는 사실 몇 백 년 전 완성됐고, 지금도 거의 모든 제품이 아주 약간의 변화를 주거나, 무브먼트는 그대로 둔 채 외장만을 바꿔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나 다른 첨단 산업과 비교하면 사실 거의 멈춰 있다고 봐도 될 정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모델이 쏟아져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죠. 인기 모델은 수요가 너무 커서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하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시계들을 기능적인 필요에 의해 구입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결코 단순하게 사치재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비싼 이유가 분명히 있거든요. 그게 처음 언급한 품질입니다. 그 작은 손목 시계 속에 몇 백 개의 부속을 조합해서 구현한 제조 기술, 이런 파트를 단순히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귀금속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게 마무리한 마감 덕분에 하나의 작품으로 취급할 수 있는 거죠. 이를 최고 수준으로 완성하려면 아직까지도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최후의 아날로그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건 수많은 시계들 중에서도 하이엔드 그레이드에 대한 이야기지만요.

오현 : 시계 에디터로서 첫 발을 내딛으셨을때, 처음 구입했던 시계는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흔히 말하는 애호가로 활동하다가,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보고자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한국 디스트리뷰터에서 3년간 세일즈 담당자로 근무했습니다. 혹시 브랜드를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당시 담당했던 브랜드는 파르미지아니와 크로노스위스입니다. 그리고 2016년 크로노스 코리아에 합류했죠.

시계 기자로 업무를 시작한 것이 제 인생에 상당히 큰 터닝 포인트지만, 사실 그전부터 오랫동안 시계를 좋아하고 구입한 것들이 꽤 있어서 기자가 된 후에 처음 구입한 시계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의미가 있진 않은 것 같아요. 솔직히 질문을 듣고 순간적으로 ‘뭐였더라?’ 고민할 정도니까요. 물론 그때 구입한 시계가 제 컬렉션에 소중한 제품이긴 합니다.

파네라이 루미노르 1950 마리나 밀리타레 PAM00673이에요. 파네라이는 제가 20대에 가장 심취했던 브랜드인데, 지금까지도 PAM673이 가장 완벽한 파네라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대부분의 시계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당시 꽤 인기였던 1000개 한정판을 부티크에서 예약하는데 성공해서 신품으로 구입했죠. 지금도 소중히 보관 중입니다.

출처 : SCOTT A WOODWARD photography 2021

오현 : 지금까지 만나본 시계 컬렉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은 누구신가요?

사람이 10명 모이면 모두 다른 것처럼 컬렉팅에도 본인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반영되다 보니 어느 한 명 인상적이지 않은 경우가 없습니다. 한 명을 굳이 선택하자면 요즘 같은 언론 관계자 중에 굉장히 멋진 분이 생각나네요. 살짝 존경스럽다고 할까요, 레볼루션 매거진의 창립자 웨이 코(Wei Koh)입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한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시계 애호가분들이 간혹 오해하는 점이 있습니다. 조금 특이한 분야다 보니 시계 담당 기자면 모두가 애호가이거나 또는 컬렉터일거라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저 단순한 직업으로서 소화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겁니다. 단,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기자의 특성상 시계를 맡았으면 어느 정도 전문성은 가져야 합니다. 컬렉팅이야 금전적인 문제도 있고, 애정이야 개인적인 취향 문제지만 본인이 다루는 물건에 대해 모르면 말이 안 되죠. 이건 후천적인 노력의 문제인데… 특히 한국은 이 부분에서 아직 조금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시계만 담당하는 ‘전문’ 기자도 많지 않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저도 초창기에는 업계 선배들의 기사나 칼럼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지금도 글로벌 시계 애호가이자 전문가인 크로노스 일본 편집장 히로타 상(Masayuki Hirota)의 기사는 보면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그도 소장한 시계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오랜 시간 활동한 칼럼니스트들은 자연스럽게 시계에 빠져 수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레볼루션 매거진의 웨이 코는 현재 시계 업계의 최고 ‘인싸’입니다. 지위와 실적 모두 갖춘 사람이라 거의 모든 이벤트에 초대받고, 기본적으로 취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도 브랜드의 CEO나 오너들이죠.

거기다 본인이 일단 시계를 아주 좋아해요. 대화를 해볼 것도 없이 다루는 기사 내용이나 착용하고 있는 시계들을 보면 알죠. 여기서 조금 신기했던 것이 위치에 비해 지금도 칼럼이나 기사를 자주 씁니다. 그것도 심도가 꽤 깊어요. 최근 몇몇 브랜드의 출장을 같이 가서 느꼈는데, 취재에 대한 열정이 탐욕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나이도 많고 이제 실무를 책임져야 할 직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묻고, 제일 파고드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열정만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 나도 아직 멀었구나’ 하고요. 거기다 굉장한 개인 소장품, 하나같이 모두 멋진 레볼루션과 브랜드의 컬레버레이션 시계들까지. 컬렉터로서나 편집장으로서나 부러운 사람입니다.

오현 : 올해 1월에 LVMH Watch Week와 최근 제네바에서 개최한 Watches and Wonders 2023 등 주요 이벤트에는 모두 다녀오신 것으로 압니다. 변화하는 시계 업계와 트랜드에 대한 가벼운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시계 업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먼저 단순하게 루틴도 바뀌었어요. 몇 년 전까지 시계 브랜드의 시간은 1년을 기준으로 항상 똑같이 움직였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바젤월드와 SIHH라는 대형 박람회에 참석했고, 여기서 한 해의 신제품을 모두 선보인 후 이를 기준으로 순차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1년을 보냈죠.

그런데 우선 박람회를 벗어나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곳들이 있습니다. 먼저 엄청난 인기를 지닌 하이엔드 브랜드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개 이벤트보다 자사 VIP만을 위해 다소 폐쇄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중 예상치 못한 시기에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고요. 또한 독자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일부 대형 그룹들은 소속 브랜드를 모아 자체적인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이슈를 만들기 위해 신제품을 한 번에 발표하지 않고 분기별로, 혹은 한두 달에 한 번씩 계속 선보이는 브랜드들도 나타났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앞으로 각 브랜드들은 점점 더 파편화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습니다. 거시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 간의 격리, 이로 인한 디지털 마케팅의 가속화로 인한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특이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시계 시장은 굉장한 호황을 누렸죠. 어떤 방식이든지 간에 매출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니 더 과감하게 새로운 전략을 선보였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오프라인 국제 박람회가 개최되고서 1년. 조심스러운 의견이지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고가의 명품 시계 특성상 실제로 보고 만져봐야 할뿐더러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인해 얻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워낙 크니까요. 거기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자체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전 세계 기자들이나 관계자를 초대하는 것만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이번 워치스앤원더스 2023은 작년에도 이미 최대 규모였지만 올해는 더 많은 브랜드가 참석했고, 그 외에 미참석 브랜드들도 대다수는 제네바의 박람회장 근처에 자체적인 이벤트 공간을 만들어 전 세계가 집중하는 특수에 편승했습니다. 이때 제네바에 없는 브랜드는 둘 중 하나죠. 어지간히 자신감이 있던지, 아니면 이조차도 여력이 안 되던지요.

오현 : 컬렉터에게는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 같습니다… 평생 가져갈 단 하나의 시계를 고른다면, 어떤 시계를 고르실 건가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브레이슬릿을 갖춘 다이버 워치 중에 고를 겁니다. 비가 오거나 여행을 갈 때 시계를 풀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다이버 워치는 보통 외장이 매우 견고하고요. 그리고 옷을 너무 가려도 안되니 최대한 평범한 디자인에 노멀한 컬러로요. 기왕이면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제품이거나 히스토리가 있으면 더욱 좋겠죠. 그럼 후보군이 확 줄어듭니다.

대표적으로 롤렉스 서브마리너, 오메가 씨마스터, 블랑팡 피프티패덤즈가 있겠네요. 그리고 실제로 이런 이유로 고른 예물시계가 지금은 단종된 롤렉스 씨드웰러 Ref.116600입니다. 지금은 프로페셔널 다이버 워치로 크기가 큰 씨드웰로만 생산 중이지만, 제가 구입한 건 지름 40mm 버전이에요. 그때만 해도 제가 이렇게 계속 시계를 구입할 줄 몰랐기 때문에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이 시계 하나만 평생 차야 한다는 각오로 말이죠. 서브마리너가 모든 조건을 충족하지만 대신 씨드웰러를 선택한 건 먼저 서브가 시계 업계에서는 아주 흔한 모델이라 싫었고, 개인적으로 롤렉스의 글라스 돋보기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리고 씨드웰러가 언뜻 서브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외관을 지녔지만 성능은 비교 불가능하게 좋은 다이버 워치라 선택했습니다. 방수 성능이 좋다는 건 그만큼 뛰어난 기술이 들어갔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저도 지금 다시 선택하라면… 욕심을 조금 부려서 금액 신경 쓰지 않고 피니싱까지 정말 뛰어난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중에 고를 것 같긴 합니다.

오현 : 몰튼과 시계, 두 제품의 형태는 다르지만 아날로그라는 분모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수 많은 자전거 브랜드 중에서 몰튼 바이시클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이유는 아주 심플합니다. 현존하는 자전거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감성적이라 생각해서요. 아름답다는 건 주관적인 부분이라 각자 판단이 다를 것 같습니다. 특히 뛰어난 기능미에 아름다움을 느낀다면 몰튼은 평가 외의 제품이죠. 그런데 저는 파일런 구조까지 갈 것도 없이, 모든 모델에 적용한 스페이스 프레임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독보적인 설계죠. 거기다가 몰튼의 프레임 역시 아직까지 숙련된 장인들이 직접 용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양산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큰 매력이죠.

저는 몰튼 자전거가 최근에 갑자기 나온 제품이라 해도 구매를 했을 겁니다.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나니까요. 그런데 히스토리까지 완벽해요. 알렉스 몰튼 박사가 개발한 시장 최초의 미니벨로, 그리고 수많은 개발 비화와 에피소드까지. 명품이라 불릴 만한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어요. 말하고 보니 기계식 시계와 비슷한 점이 정말 많습니다.

오현 : 현재 두 모델을 운영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작년 여름에 구입한 콘 에디션 리베이라 블루와 올해 수령한 뉴시리즈 센츄리까지 두 대가 있습니다. 몇 달 동안 즐겁게 탄 콘 에디션은 이제 와이프에게 갔습니다.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말에 같이 브롬톤을 타는 걸 즐겼는데, 이제 같이 몰튼을 타게 돼서 굉장히 기대 중입니다.

오현 : 몰튼 뉴 시리즈 센츄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가요?

사실 이건 정말 힘든 고민이었어요. 저는 물건을 구입할 때 영속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왕이면 오래, 평생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사고 싶죠. 그런 점에서 몰튼 중에 제 워너비는 스테인리스스틸 프레임을 사용한 기종이었어요. 페인팅이 벗겨질 염려가 없고 녹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니까요. 전 시계도 케이스에 코팅을 한 제품은 정말 싫어합니다. 그 끝은 결국 벗겨짐이거든요. 많은 브랜드가 이를 감성으로 포장하는데, 저는 일정 금액을 벗어난 좋은 브랜드는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DLC나 PVD 코팅으로 제품을 내놓는 건 조금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아시다시피 뉴시리즈 스피드도 예약을 해 둔 상태였죠.

그러던 중에 보험처럼 줄을 선 센츄리를 수령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센츄리를 애타게 기다린 다른 몰트너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처음 예약할 때만 해도 저한테는 2순위 모델이었어요. 페인티드 프레임이란 이유만으로요. 그런데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 몰튼을 바라보는 시선에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시대가 지나고, 기술의 발전으로 나온 스테인리스틸 프레임과 헤리티지가 가득한 AM 기종 사이에서 고민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후자에 크게 마음이 쏠려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 사이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 에디션도 구입을 했어요. 파트도 조금 예스러운 느낌으로 교체 중입니다. 물론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뉴시리즈 스피드나 더블 파일런 중에 한대 더 구매를 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신 그 기종은 센츄리와는 달리 조금 최신 파트를 장착한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오현 : 몰튼으로 라이딩을 하고 난 이후 일상 속에서 가장 달라진 점을 꼽자면?

자전거는 정말 위대한 발명품이라 생각합니다. 설계 디자인이 완전히 확립된 지금은 쉽게 만들 수 있고, 낮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성능을 지닌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죠. 운용하는데 환경에 해도 없고, 사용자에겐 덤으로 건강함까지 선사하잖아요. 사실 자전거와 비교하면 시계, 그중에서도 명품 시계는 사치품입니다. 스마트폰이 개인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지금 시계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란 말이죠. 반면 자전거는 구입 후 타면 탈수록 본인과 사회에 이익이에요. 소비재 중에 판매 후에 이런 피드백을 갖춘 제품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전거는 앞으로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아날로그일 겁니다. 예술적인 가치로 시계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저는 몰튼의 심미성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능과 목적만 따질 수는 없어요. 몸에 안 좋은 걸 알지만 달콤한 디저트가 먹고 싶을 때가 있고, 호텔에 가서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도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센츄리는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릅니다. 너무 예뻐요.

게다가 자전거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생각보다 많이 신선합니다. 걷는 것과는 비교할 수없이 멀리 갈 수 있고, 차를 타면 놓치는 많은 걸 볼 수 있죠.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굉장합니다. 요즘 개인적인 시간뿐만 아니라 조금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는 미팅 장소에는 몰튼을 타고 다니려고 하는 중인데, 억지로 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닙니다. 라이딩이 즐거워서 조금이라도 더 타고 싶어서요. 여기에 몰튼의 디자인이 캐주얼한 옷차림에도 잘 어울리다는 게 장점이죠.

오현 : 몰튼을 시계 브랜드에 비유한다면?

어려운 질문이네요. 바로 생각나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조금 예전에는 파네라이와 참 비슷했어요. 과거 파네라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디자인에서 살짝 비겨나간 독특한 디자인과 히스토리로 엄청난 팬덤을 만들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브랜드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야말로 순수한 팬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파네라이를 좋아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모임을 만들어 일상을 공유하고 더 끈끈한 유대를 만들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했어요. 바로 파네리스티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몰튼과 몰트너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파네라이는 브랜드 스스로 스타일을 많이 바꾸면서, 과거에 존재했던 강력한 팬덤이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도 브랜드마다 헤비 컬렉터는 존재하지만 그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 정도는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런 대외적인 요소는 제외하고 지금은 자사의 헤리티지를 잘 이어와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최후의 아날로그 예술품으로서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에서 몰튼이 겹쳐 보이네요. 고전적인 브랜드 중에서 넘버 원이라 할 수 있는 파텍 필립. 창립자의 역사적인 작품들을 손목시계로 멋지게 옮겨 선보이는 브레게, 현 시대 최고의 디자인 아이콘을 탄생시킨 오데마 피게, 그리고 현존하는 천재 워치메이커가 선보이는 개성적인 시계를 만날 수 있는 파르미지아니 정도가 떠오릅니다.

몰튼 바이시클
자전거의 역사를 바꾼 몰튼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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