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이래 가장 적은 타임트라이얼 덕분에 클라이머들의 그랜드 투어로 분류되는 올해의 지로 디탈리아. 에트나, 블록하우스, 모르티롤로, 마르몰라다 등 거대한 산악 구간과 레이스의 마지막에 배치된 타임트라이얼, 그리고 언제나처럼 각종 함정이 숨어있는 평범한 스테이지까지 말리아 로자의 영광을 노리는 선수들은 21개의 전 구간동안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시즌 첫 그랜드 투어인데다 경험 많은 강자들에겐 전초전, 신인들에겐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는 지로인 만큼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대회의 묘미. 현 세대의 최강자들이 대부분 7월의 프랑스를 노리는 만큼, 5월의 이탈리아는 등용문이자 커리어 부활의 장입니다.

Dario Belingheri/BettiniPhoto©2020

리처드 카라파즈
Richard Carapaz

올해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바로 2019년의 우승자,
이네오스 그레네디어의 리처드 카라파즈

카라파즈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20년과 2021년의 레이스 모두 이네오스가 우승을 차지한 만큼 노하우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며, 스테이지 우승보다는 오로지 카라파즈의 우승을 위해 조직된 강력한 팀웍을 자랑합니다.

2019년 리차드 카라파즈의 지로 디탈리아 우승의 순간

비록 시즌 초 기복이 있는 편인데다 사이클링의 최강자로 꼽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영리한 플레이와 뛰어난 방어력으로 지난 투르 드 프랑스와 부엘타 모두 포디엄에 오른 바 있는 에콰도르의 자랑.

Photo by David Ramos / Getty Images

사이먼 예이츠
Simon Philip Yates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좌절하기를 수차례. 팀 바이크익스체인지 제이코의 사이먼 예이츠는 2018년 지로에서 우승 직전 장거리 어택에 무릎을 꿇고 결국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으며, 이후 부상과 컨디션의 업다운으로 인해 점차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습니다.

Photo by Tim de Waele / Getty Images

올해에도 완벽한 준비 보다는 다소 불안한 출발을 이어오고 있지만, 날카로운 어택과 승리의 분위기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최고들과 맞붙었던 2018년 지로와는 달리 뚜렷한 우승 후보들이 없는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예이츠의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여겨집니다.

주앙 알메이다
Joao Almeida

지로가 낳은 포르투갈의 센세이션, UAE 팀 에미레이츠의 주앙 알메이다는 이후 팀 내부의 혼란으로 불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밖에 없었지만 올해에는 이적 후 단독 리더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타임트라이얼이 강점으로 꼽히는 만큼 이번 지로에선 불리함을 안고 출발선에 서게 되었지만, 여전히 영라이더 져지의 후보일 만큼 어린 나이와 더불어 현 사이클링계 최강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소속 팀은 프랑스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에선 다소 부담 없이 본인만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호멩 바흐데
Romail Bardet

커리어의 부활을 노리는 프랑스인, 팀 DSM의 호멩 바흐데는 산악 구간으로 가득했던 투어 오브 더 알프스에서 승부를 걸어 멋진 승리를 일구어내며 그 어느 때보다 그랜드 투어의 우승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할 수 없는 약점인 타임트라이얼은 이번 지로에서 큰 비중을 지니고 있지 않은 만큼, 산악 구간에서 공격적으로 날아오르는 바흐데가 부진하는 팀을 위해 어떤 결과를 안겨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특히 펠로톤 내에서도 손꼽히는 다운힐 테크니션인 만큼 이탈리아의 위험천만한 내리막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소수의 선수 중 하나입니다.

미켈 란다
Mikel Landa

란디씨모! 찰나의 시간으로 포디엄에서 굴러떨어지길 수년째, 미켈 란다에겐 이번 지로가 그랜드 투어의 리더 져지를 입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타임트라이얼의 약점으로 포디엄을 놓치는 것 뿐만 아니라 평지 스테이지의 낙차 운까지,

란다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요소는 곳곳에 있지만 누구보다 같은 팀의 페요 빌바오가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면서 또 다시 리더십 논쟁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일. 바레인 빅토리어스 팀이 두 선수 간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발휘한다면 모두 포디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팀을 구성한 만큼 이번 지로에선 란다에게도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기를 빌 뿐입니다.

톰 듀물랭
Tom Dumoulin

지로 디탈리아의 우승, 투르 드 프랑스의 2위. 차세대 그랜드 투어의 최강자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너무 큰 부담감으로 인해 잠시 커리어를 중단했던 톰 듀물랭이 지로에 돌아왔습니다. 윰보 비스마 팀은 듀물랭이 짊어진 압박을 덜하기 위해 토비아스 포스와 샘 오멘까지 3인 리더 체제로 투입할 예정이며, 언제나처럼 좋은 팀 내 분위기가 뛰어난 성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알레한드로 발베르데
Alejandro Valverde

노장의 마지막 무대, 알레한드로 발베르데는 이번 지로 디탈리아에서 종합 순위의 욕심보다는 팀의 새로운 리더로 영입된 이반 소사를 지원하는 것을 우선시 할 예정. 다만 곳곳에서 스테이지 우승의 기회가 포착되면 강력한 스프린트 능력으로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며, 이반 소사 또한 최근 소규모 스테이지 레이스에서 뛰어난 컨디션을 확인한 만큼 사이클링의 전설적인 선수와 함께 팀을 재건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입니다.

빈첸초 니발리
Vincenzo Nibali

마지막 지로를 뛰는 또 다른 전설, 이탈리아의 영원한 영웅 빈첸조 니발리는 곳곳에서 환영을 받을 것이며, 비록 종합 우승을 노리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함께 팀으로 돌아온 미겔 앙헬 로페즈를 위한 선수로 뛸 것.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팀은 올 시즌 연봉 지급 문제로 인해 사기가 바닥에 머물고 있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었던 이탈리아에서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종합 순위권, 혹은 산악 스테이지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수로는 EF 에듀케이션 이지포스트의 휴 카시, 트렉 세가프레도의 줄리오 치코네와 바우케 몰레마, 보라 한스그로헤의 엠마누엘 부흐만과 윌코 켈더만, 제이 힌들리, 코피디스의 기욤 마탱, 에올로 코메타의 로렌초 포르투나토, 앵터마셰 완티 고베흐의 도메니코 포초비보 등이 꼽힙니다.

스프린트 스테이지에서 활약하며 지로의 포인트 져지인 말리아 치클라미노를 노릴만한 선수로는 로토 수달의 캘럽 이완, 퀵스텝 알파비닐의 마크 카벤디시, 그루파마 FDJ의 아흐노 데마, 이스라엘 프리미어테크의 쟈코모 니촐로, 앵터마셰 완티 고베흐의 비니암 기르마이, UAE 팀 에미레이츠의 페르난도 가비리아, 바레인 빅토리어스의 필 바우하우스, 팀 DSM의 케스 볼, 그리고 알페신 피닉스의 마튜 반더폴 등이 꼽힙니다.

아래는 도박사들이 예측하는 이번 지로 디탈리아의 말리아 로자 후보들의 배당률. 희망보다는 현실을 직시한 예측을 볼 수 있는 좋은 지표입니다.

리처드 카라파즈 (에콰도르) 이네오스 그레네디어 1.7/1
사이먼 예이츠 (영국) 바이크익스체인지 제이코 6/1
주앙 알메이다 (포르투갈) UAE 팀 에미레이츠 7/1
미켈 란다 (스페인) 바레인 빅토리어스 9/1
미겔 앙헬 로페즈 (콜롬비아) 아스타나 카자흐스탄 12/1
톰 듀물랭 (네덜란드) 윰보 비스마 20/1
엠마누엘 부흐만 (독일) 보라 한스그로헤 25/1
윌코 켈더만 (네덜란드) 보라 한스그로헤 28/1
페요 빌바오 (스페인) 바레인 빅토리어스 33/1
리치 포트 (호주) 이네오스 그레네디어 40/1



이경훈 해설위원

이경훈 해설위원은 ‘피기’라는 블로그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사이클리스트이자 사이클 전문 해설가로 국내 사이클링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루비워크샵은 이경훈 해설위원과 함께 자전거에 대한 심도 깊은 컨텐츠, 프로 사이클링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함께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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