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준을 정립해온 그녀는, 자전거를 통해 더 넓은 감각의 세계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파악하는 데 있어 ‘속도’보다는 ‘균형’과 ‘감각’을 좇는 그녀의 라이딩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리듬이 되었습니다.
강하게 몰입하되 겉으로는 조용한 성향. 완성도 높은 결과에 스스로를 기꺼이 맞추는 태도. 그녀의 라이딩에는 그런 성격이 자연스럽게 묻어납니다. 규칙과 직관 사이, 자신만의 템포로 페달을 밟는 지금 그녀는 속도보다는 방향, 무게보다는 감각을 믿습니다.
“peripedaler”라는 이름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그 닉네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닉네임을 정할 때, 제 영어 이름인 “Peri”에서 출발했어요. 흔히 쓰는 사이클, 라이더 같은 단어 대신, 입에 잘 붙는 라임을 맞추면서도 자전거만으로 한정 짓지 않는 의미를 담고 싶었죠.
그래서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다”라는 느낌을 살려 “페리 페달러(peripedaler)”라는 닉네임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름에 정체성을 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한 번 정하면 바꾸지 않아요. 지금도 이 닉네임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본업과 사이클링을 어떻게 분리하고 계신가요? 두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부분도 있을까요?
본업은 디자인 쪽이었다가 현재는 외국계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계속 미술을 했고, 대학에서도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취미가 본업이 되니까 재미가 없어졌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본업으로 삼지 않게 되었죠. 자전거도 같은 이유로 되도록 업과는 엮고 싶지 않아요.
재미가 사라질까 봐요. 자전거는 지금처럼 순수하게 즐기고 싶고, 언젠가 업과 취미가 하나로 연결되더라도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으면 해요. 그래도 디자인 전공 덕분에 장비나 룩을 선택할 때, 저만의 기준이 생긴 건 확실해요. 감각적인 선택이 라이딩 경험까지 바꾼다는 걸 점점 더 느끼고 있어요.
입문 후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약속 장소로 가는 길, 한강에서 따릉이를 타고 빠르게 달리던 중 우연히 자덕과 엎치락뒤치락하게 됐어요. 도착했을 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드레날린이 터지는 느낌이 있었고, 그 감각이 너무 새롭고 좋았어요.
이후 운동모임에 나가게 됐고, “새싹이 보인다”, “운동모임에 와라” 같은 말들을 들을 때마다 참 뿌듯하고 기분 좋았죠. 그렇게 아드레날린과 칭찬이 맞물리며, 어느 순간 이게 제 인생 최고의 취미가 되어 있었어요.
사이클링을 통해 얻은 ‘자기 인식’이나 ‘정체성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내면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기보다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더 컸어요. 학창 시절부터 현재 직장까지 대부분 여초 환경에 있었고, 서울토박이다 보니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한 개인주의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자연스러웠죠. 그런 제가 자전거를 타면서 남초 환경 속에서 전국을 다니며 단체 라이딩을 하는 삶을 경험하게 된 거예요. 사람들과 함께 타고, 대화를 나누고, 패이스를 맞추는 그 감각은 정말 다르게 다가왔어요.
예전에는 화려하게 꾸미는 걸 좋아해서 슬리퍼 한 켤레도 없을 정도로 외적인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지금은 라이딩과 단체 활동이 익숙해지면서, 더 빠르고 편안한 감각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로 바뀌었죠. 예쁜 걸 보고 카페를 가던 일상이, 자연 속에서 속도를 느끼고 감각을 좇는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 것 같아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건, 지금의 저는 여성스러운 면과 남성스러운 면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중간자 같은 상태라는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에는 미술 전공자답게 시각적인 아름다움에 먼저 반응했다면, 지금은 오감 전체로 느끼는 경험, 그 안에서 오는 본능적인 감각에 더 끌리고 있어요.
라이딩 스타일도 마찬가지예요. 가장 편안한 라이딩과 가장 부담스러운 레이싱 스타일을 모두 경험하면서, 점점 그 사이의 균형을 잡고 싶어졌어요. 극단적인 경험들이 저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 모든 걸 겪어봐야 진정한 균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QUOC 쿽 M3 프로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편안한 라이딩에도 잘 어울리고, 경쟁과 속도의 부담감을 느끼는 레이싱 환경에서도 든든하게 받쳐주죠. “이 슈즈는 제 안에 공존하는 균형과 감각, 그 모든 걸 자연스럽게 담아주는 존재예요.”
혼자 타는 라이딩과 팀 라이딩은 어떤 의미에서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혼자 혹은 지인들과의 삼삼오오 라이딩은 목적지를 향한 여행같아요. 경치를 보며 예쁜 카페나 멋진 경치가 있는 산 정상에 가는 느낌이죠. 팀 라이딩은 목적을 위해 끊임없이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힘든 과정이에요.
경치를 즐기는 여유가 없고, 훈련과 속도에 집중해요. 여행하는 라이딩은 설렘과 힐링이란 결과가 있다면, 성취감을 위한 라이딩은 아드레날린과 흥미라는 과정이 있어요. 그래도 그런 긴장 속에서 느껴지는 집중력과 함께 앞을 향해 달려가는 감각은 팀라이딩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장비나 피팅에 대해 굉장히 꼼꼼하게 접근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의 장비 철학이나 세팅 기준이 있나요?
저는 물건이든 삶이든 오랫동안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편이에요. 그래서 첫 세팅을 할 때도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서 오래 씁니다. 늘 저보다 장비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서,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그런 지인들 덕분에 다양한 장비를 경험해보게 되었고,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해 점점 세팅을 바꿔왔죠. 예를 들어 스램 레드에서 경량 위주의 크랭크와 파워미터 세팅으로 바꾸고, 페달도 경량화했어요. 결국은 더 가볍고 더 편안한 셋업이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장비를 집착하는 성격은 아닌데, 운 좋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비를 만나면서, 스스로도 장비의 차이를 몸으로 느끼게 된 거 같아요. 결국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믿고 쓸 수 있는 세팅이라면, 그게 가장 이상적인 셋업 아닐까요? QUOC 쿽 M3 프로도 마찬가지예요. 첫인상부터 유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작은 디테일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게 느껴졌어요. 가볍고 착용감도 좋아서, 신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슈즈예요. 그런 감각은 숫자로 설명되는 성능 이상의 만족감을 주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나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단기적인 목표는 MCT 핑크져지를 입어보는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자전거를 멋있고 재밌게 잘 다루는 것이에요. 뚜렷한 목표 보다는 사이클에 대한 가치관 같은 거죠. 언젠가 자유자재로 두 손도 놓고, 스탠딩이나 호핑, 윌리같은 어려운 기술이 가능한 자전거를 잘 다루는 능력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그렇게 능숙하고 멋있는 라이딩을 할 때엔 항상 편하면서도 사용하는 제품까지 멋진 라이더가 싶어요. 지금 신고 있는 슈즈 QUOC 쿽은 그런 무드가 있는 제품이죠. 스피드와 자유, 균형과 감각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제품이 제가 바라는 라이딩 라이프의 마지막 퍼즐처럼 느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