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도 시대의 흐름과 유행이 있듯, 자전거에도 비슷한 시대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에어로다이나믹스(Aerodynamics)는 자전거 시장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에어로다이나믹스는 디자인 그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한 영역, 자전거 브랜드의 기술력이 온전히 드러나는 분야이기도 하죠. 오늘은 그 트랜드의 중심에 있는 에어로다이나믹스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캐딜락 엘도라도
캐딜락 엘도라도 컨버터블 버전
f0220081120212202
테일핀의 시초, 캐딜락 엘도라도

엔진은 V형 8기통.
배기량 6400cc.
최고출력은 345마력.

엔진 스펙 하나하나를 놓고 봤을 때, 해당 스펙은 1950년대의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1 리터의 휘발유로 갈 수 있는 거리는 3.4km, 성능과 반비례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자동차, 캐딜락 엘도라도 입니다. 항공기에서 영감을 받은 테일핀 디자인은 기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장식적 요소였지만, 핑크색 캐딜락은 마치 의류 브랜드 라파(Rapha)의 핑크처럼 한 순간에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풍요의 시대에서 효율의 시대로

1950년대는 풍요를 상징하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1971년과 1973년, 중동에서 시작된 두 차례의 오일쇼크는 자동차에 대한 관점을 극적으로 바꿔놓았습니다. 풍요롭게 가솔린을 소비하던 시대에서 절약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적 과제에 자동차 업계는 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Austin-Mini-1970-Left-Front.jpg
알렉 이시고니스의 아이디어, 영국의 자존심 오스틴 미니
volkswagen_golf_1974_1984_r5
해치백의 벤치마크 모델, 폭스바겐 골프

테일핀과 같은 장식적 디자인은 과감하게 삭제되었고, 좀 더 직선 위주의 단조로운 형태로 자동차의 외형은 진화했습니다. 또한 실용적 관점에서 크기가 작은 자동차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 중심에는 지금까지 해치백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폭스바겐 골프와 오스틴 미니(현재는 BMW 의 미니)가 있습니다. 참고로 오스틴 미니의 서스펜션 디자이너는 미니벨로계의 롤스로이스 ‘몰튼’을 만든 알렉스 몰튼입니다.

휘발유의 세대를 지나 전기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고 있는 21세기, 에어로다이나믹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의 최첨단 풍동실험실과 300km를 제집 드나들듯 넘나드는 F1과 같은 레이스는 효율을 위한 테스트의 장입니다. 50년동안 다듬어진 자동차의 선과 면은 자동차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모든 이동수단에 또 다른 영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sublime_aerodynamics_bg_2.jpg
시대를 아우르는 아이콘, 맥라렌 F1
공기역학적(Aerodynamics) 디자인이란?

“공기 역학은 동역학의 한 분야로서 공기의 흐름을 다루며, 특히 움직이는 물체와 공기가 상호 작용할때의 흐름을 다룬다. 공기역학은 유체 동역학 및 기체 역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기역학의 이론 중 많은 부분을 이 학문들과 공유하고 있다.” -Wikipedia

어떤 형태가 가장 공기역학적인가? 가장 익숙한 통념은 ‘유선형’이지만 사실 유선형의 형태는 꽤 다양한 편입니다. 에어로다이나믹스의 기준이 되는 수치인 공기저항계수(CD, Co-efficient Drag)를 기준으로 유선형의 에어로다이나믹스 효율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erodynamics_object.jpg

이미지에서 보듯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나타내는 형상은 ‘물방울’ 입니다. 0.04의 공기저항계수는 어떤 형상보다도 높은 수치지만 자동차 분야에서 물방울 형상은 ‘이상적’인 모습일 뿐, 현실과 거리감이 큽니다. 자동차는 속도에 대한 효율과 함께  화물 적재에 대한 효율(얼마나 많이 실을 수 있는가?)도 함께 챙겨야 하기 때문이죠.

2016-toyota-prius-two-hatchback-side-view.png
캄테일 구조를 적용한 토요타 프리우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대안을 제시합니다. 바로 캄테일 구조입니다. 물방울 모양의 형상에서 뒷 부분을 직각 형태로 잘라낸 ‘캄테일’구조는 현실에 적합한 공간 디자인을 구현함과 동시에 차체 뒷부분에서 와류를 최소화합니다. 

와류는 뒤에서 물체를 잡아당기는 바람의 힘으로 직진하는 물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소용돌이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도요타 프리우스와 현대의 아이오닉의 차체 디자인에서 캄테일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구엘 인두라인
90년대 뚜르 드 프랑스를 주름잡은 ‘미구엘 인두라인’

소재의 진화, 상상의 자유로움

에어로다이나믹스라는 개념이 자전거에 도입되기 시작한 건 오래전의 일 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수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죠. 그 이유는 자전거 프레임 소재의 자유도 때문입니다. 크로몰리와 알루미늄은 자유롭게 구조를 변경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소재였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프레임 소재의 주류를 이루던 90년대 이전엔 프레임의 강성과 가벼움에 좀 더 중요성의 무게가 실렸습니다. 

90년대부터 자전거 프레임 소재의 바톤은 카본파이버가 받게 됩니다.  카본 섬유를 레진ㄹ과 함께 고온의 열을 가해 성형하는 가공방식은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자유롭게 성형할 수 있었고 전문 용접기술이 없어도 되기에 가공의 장점도 함께 갖고 있었습니다. 디자이너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셈이죠.

스캇 포일 시리즈 부터 피나렐로 도그마 F8에 이르기까지, 자전거의 에어로다이나믹스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급진적인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스캇의 경우는 F1의 에어로다이나믹스 디자이너인 사이먼 스마트와 함께 스캇 포일 시리즈에 공기역학의 관점을 담았고 피나렐로는 팀스카이의 피드백과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의 노하우를 통해 8세대 도그마에 캄테일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Flatback-Aerodynamic-drag.jpg

물방울 형상은 에어로다이나믹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자동차처럼 ‘효율’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자동차가 적재의 관점에서 물방울 모양을 선택할 수 없었듯, 자전거는 ‘강성’의 관점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에어로다이나믹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튜브의 폭과 너비의 비가 8:1 이어야 합니다. (현재 UCI 규정에서는 프레임 제작 시 3:1을 허용치로 두고 있습니다.)

원 = 강성
타원 = 강성 + 강성의 방향
캄테일 = 강성 + 강성의 방향 + 공기역학

원의 지름이 클 수록 강성은 강해집니다. 두툼한 다운튜브와 오버사이즈 BB등 신기술들의 핵심 맥락입니다. 타원은 강성의 방향을 조절하는 기술입니다. 원의 면적이 넓은 곳은 좁은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강성을 만들어냅니다. 강성의 확보는 비틀림을 최소화하는데 있습니다. 강성이 클수록 프레임의 비틀림은 줄어들고, 힘 전달성이 좋아집니다.
 46028_32175_3531.png

타원은 강성 확보를 위한 결과물이지만, 뒷면의 와류때문에 고속 주행시 비틀림 강성과는 다른 공기 저항에 따른 힘 손실이 발생합니다. 플랫백이라 불리는 캄테일 구조는 와류를 최소화합니다. 타원의 뒷부분을 수직으로 절단한 구조인 캄테일과 타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면을 타고 흐르는 공기의 흐름입니다.

2번 타원구조에서는 공기가 면을 타고 잘 흐르지만 뒷부분에 이르러서는 공기의 흐름이 뭉치게 됩니다. 공기가 뒤섞이며 발생하는 와류현상은 항력(뒤에서 끄는 힘)을 발생시키고 속도가 증가할수록 그 세기는 더 커집니다. 3번 캄테일 구조는 면을 절단해 공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듭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보듯 소나타 하이브리드의 뒷 범퍼도 날카롭게 재단되어 있습니다. 좌우 양쪽 공기의 흐름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법으로 캄테일 구조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Pinarello-Dogma-F8-MyWay-F8-Logo.jpg
캄테일 구조가 적용된 피나렐로 도그마 F8의 다운튜브

자전거는 프레임 자체가 외형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은 기본 프레임에 외부 패널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만들어내지만, 자전거는 프레임 자체가 외형입니다. 자동차는 소재의 진화와는 별개로 강판을 외부 패널에 이용, 바람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는 자유로운 성형이 가능한 카본파이버 시대가 도래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죠. 자동차 및 모터사이클과 비교했을때, 에어로다이나믹스에 대한 대응이 느렸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또한 자전거에는 ‘사람’ 이라는 변수도 함께 존재합니다. 라이더의 시팅 포지션과 헬멧의 형태 져지의 소재와 핸들바 포지션의 위치에 따라 자전거의 에어로다이나믹스의 효율은 극과 극을 달립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캄테일 구조의 장점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을 만큼 라이더의 변수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Pinarello-Dogma-F8-MyWay-Think-Asymetric.jpg
수직으로 절단된 피나렐로 도그마 F8의 단면, 공기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라이더의 변수가 크기 때문에 캄테일 구조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는 마치 나는 100km 이하로 주행하기 때문에 F1경기를 볼 필요가 없다라는 맥락과 같습니다. 동일한 수준에서의 프로급 경기에서는 결국 0.1초의 차이가 우승을 결정짓습니다. 특히 뚜르 드 프랑스와 같은 프로 투어 경기에서는 작은 차이가 매우 큰 결과물을 낳죠.

에어로다이나믹스에 대한 도전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캄테일 구조는 그 화려한 시작의 서막을 알리는 작은 횃불입니다.

One thought on “ 기술의 진화, 에어로다이나믹스와 캄테일 구조 ”

댓글 남기기